학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봄방학이고 다음 달이면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이다. 아이들도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선생님이 부담스럽고 스트레스겠지만 같이(?) 학교 다니는 엄마도 그에 못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제발 좋은 선생님이 됐으면, 제발 C랑은 같은 반이 안됐음 좋겠다...하고 바라고 또 경건한(?) 마음으로 봄방학을 맞는다.
작년에는 학년이 끝나가면 뭐 색다르게 했던 것이 없었던 것 같은데 3학년을 마치며는 뭔가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추억꺼리를 줄 모양으로 3학년 선생님들이 분주하다.
1반 선생님은 아이들이 학교 생활하는 모습을 CD에 담고 그것도 모잘라 '우리 예쁜이들~'로 시작하는 편지까지 아이들에게, 부모님에게 보냈다. 1반 선생님은 예슨이 다 된 남자 선생님이다. 1년동안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맞는지, 저렇게 귀찮으면 그냥 은퇴하시지..하는 엄마들의 걱정을 들으면서 그렇게 대면대면하게 보낸 선생님인데 학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이렇게 아이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이다. 조금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인간적으로 이해는 간다. 아무리 내 아이라고 하더라도 말 안들을 때는 밉고 말 잘 듣고 잘 할땐 예쁜데 선생님은 20명이 넘는 아이들을 모두 다 사랑하며 1년을 하루같이 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노고를 알기에 충분히 선생님의 마음이 담긴 CD와 편지가 감동이 됐다.
1반 선생님의 마무리 작업에 우리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해 뭘 해주실까 싶었다. 봄방학을 앞두고 학년이 끝나가는 시점이라 그런지 숙제도 그닥 많지 않고 설렁설렁 긴장이라는 것 없이 학교에 다니는데 저번 주 금요일 날 아이가 숙제를 가져왔다.
'3학년을 마치며'에 대한 글과 자유 제목의 글을 2편을 써오라고 하셨는데 그 글을 써서 26장씩 프린트 해오라고 하셨단다. 우리 반은 1반처럼 CD보다는 아이들의 글로 뭔가를 만들어 주실껀가 싶었는데 아이가 불쑥 뻣뻣한 종이를 내미는데 종이엔 2008년 3학년을 추억한다는 제목의 겉표지였다.
"이게 뭐야?"
"선생님이 엄마가 컴퓨터 잘하는 사람 손들어 보래서 내가 손들었어. 선생님이 이거 겉표지 2장 만들어 오래. 사진도 넣고 배경도 넣으래. 그리고 26장씩 인쇄도 해오래."
"뭐?"
어이구, 자식이 뭔지….학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이렇게 큰 숙제를 받아오는 딸아이를 뭐라고 해야 할지. 어찌 이렇게 약지 못할까 싶으면서도 할 수 없이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인쇄였다. 두꺼운 용지에 인쇄를 해야 하는데 두꺼운 용지로는 인쇄가 바로 안되고 칼라 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되지 않는 데가 더 많았다. 이틀을 시장조사를 하고 장당 1000원에 칼라 인쇄를 했다.
아침에 아이를 학교 보낼 때 하는 인사는 "우리 딸~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즐겁고 자신있게!!!" 다.
오늘 아이 편에 겉표지를 들려 보내면서 아침 인사에 한마디 추가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즐겁고 자신있게!!! 그리고 나서지 말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