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이미지를 더 그럴싸하게 만드는, 사람 좋아 보이고 넉넉할 것 같은 남자 이선균의 못된 남자, 나쁜 남자로의 변신은 성공이다. 이제까지 언제나 키다리 아저씨로 머루를 것만 같은 이미지를 소화한 그에게 소리 버럭버럭 지르고 자신의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프로의 매력적인 모습까지 갖고 있는 최현욱이란 캐릭터가 소화불량은 되지 않을까 싶었던 우려를 완벽하게 지웠다. 분명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못되게 구는데 따뜻한 눈엔 애정이 흐른다. 그래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못되게 굴어도 나쁘다는 생각이 그닥 들지 않는 것이리라.
그의 상대역으로 공효진은 이제 막 보조를 벗어난 요리사다. 딱 봐도 공효진이 맡은 서유경은 캔디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하는데 캔디의 다른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캔디 구조는 아니다. 성질머리 더러운 쉐프 최현욱의 사랑도 받고 말랑말랑한 김산 사장(알렉스)의 부드러운 사랑과 친절을 동시에 받는 나름 복 받은 여인네로 보이는데 캔디답게 모든 여자를 적으로 돌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다. 콩쥐 컴플렉스가 있는지 최선을 다해 다른 사람에게 거슬리지 않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려는 그러면서도 입도 무겁고 심지도 굳다. 뭐, 캔디가 겪을 시련은 이미 다 겪었나 싶었는데 냉장실에 갖히는가 하면 파스타 라인 선배들을 말리러 갔다 같이 파업(?)에 동참하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곤혹스러우면서도 어쩌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조금은 멀미가 날법 한데 공효진이라 그 멀미를 잠재울 수 있는 듯 싶다. 공효진은 예쁘다. 객관적인 시선, 여배우들 틈에 그녀를 놔두면 그닥 튀지 않는 이목구비일 수는 있겠지만 일반인인 필자가 보기엔 그녀는 삐삐같은 몸에 귀염성있는 예쁨을 가진 배우다. 그래서 예쁜 척을 해도 밉지 않은 캔디를 해도 쉽게 동화될 수 있는 그런 배우다.
문제는 그녀의 장점을 변화없이 우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고맙습니다'에서도 그녀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캐릭터였다. 에이즈에 걸린 딸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로 그녀는 나쁜 남자인 듯한 남자 장혁과 티격태격하는 모양새나 '파스타'에서 이선균과의 티격태격이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영화 홍당무도 어리숙하지만 할말다하는 기존의 캐릭터와 그닥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공효진이란 배우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캐릭터라는데는 이의가 없으나 이제는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보다 맞는 옷을 입는 것이 안전하겠지만 그래도 공효진이란 배우의 다른 모습도 보고 싶은 것이 필자의 욕심이다. 영화 '행복'에서 그녀는 아주 잠깐 짙은 화장으로 캔디와는 전혀 상관없는 시니컬하면서도 현실적인 여인으로 등장했었다. 잠깐이었지만 그녀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효진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캐릭터 서유경과 키다리아저씨만 할 것 같았던 이선균의 변화가 절묘하게 조합되어 '파스타'는 더더욱 맛나다. 그들의 팡팡 튀는 사랑 만들기도 흥미롭고 그저 바라만 봐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파스타도 눈을 즐겁게 한다. 그들에겐 전쟁터나 다름없는 주방을 엿보는 것도 은근 흥미로울 뿐 아니라 은근 배워가는 요리의 팁도 많다. 거기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전개도 '파스타'에 감칠 맛을 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