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영화는 보긴 싫다. 개인적으로 웃을 수 있는 것 아니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좋다. 어쩔 수 없이 영화에 감동해 울다가 코 빨개지고 머리 아프는 고통이 싫기에…..하지만, 술 많이 먹고 숙취에 시달린 사람도 절대 다시 술 먹지 않는다고 하고 다시 까먹고 먹는 것과 똑같은 것 같다.
'하모니'를 봤다.
주인공 김윤진은 이름 홍정혜보다 수감번호로 불리우는 남편을 살해하고 수감중인 여인역이다. 수감중인 기구한 팔자의 여인이지만 절대 기구해 보이지 않는 맑음이 존재하는 여인이다. 홍정혜는 민우를 낳아 기르며 더 이상 맑은 수 없는, 말하고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고 말하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필요할 만큼 조금은 백치미를 가진 듯 그렇게 맑음이다. 조금은 어색할 뻔도 했는데 그 어색함은 아주 잠깐이었다. 교도소내의 합창단을 만들고 그들이 융화되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기까지는 그래도 어색하지 않게 후딱 지나갔다. 교도소에서 낳은 아이는 18개월까지 키울 수 있다. 그렇게 민우를 입양시켜야 할 시간이 다가왔고 예고된 눈물을 흘릴 시간이 왔다. 물론, 민우와의 이별의 시간은 예고된 슬픔이었지만 그 슬픔이 있기 전에도 영화는 중간중간 쉴새 없이 눈물을 짜낸다. 왜 노래 부르는 거 보고 눈물이 날까, 왜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날까 싶을 정도로 휴지 한 통을 다 썼다.
코 팽팽 풀면서 그렇게 엉엉 울기라도 하면 훨씬 낫겠는데 아닌 척하고 울려니 더 많이 힘들었는데 눈물을 참기가 힘들만큼 그렇게 영화는 참, 많이 슬프다.
사연없는 죄수는 아무도 없다. 근본적으로 나쁘다기 보다는 어쩌다 보니 살인자가 됐고 그렇게 그들은 교도소란 폐쇄된 공간에서 만났다. 그런 그들이기에 융화되기는 밖의 사람들보다 더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남자가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그들은 그래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보듬으며 그렇게 생활한다. 들여다 보면 그들이 교도소에서 만날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음대 교수였던 김문옥이 나문희 선생님이다. 나문희 선생님은 그렇게 눈물도 흘리지 않는데 그냥 보기만 해도 슬프다. 그 눈이 그 얼굴이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위로 받는 듯한 포근함도 있지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깊은 슬픔이 있다.
의붓증으로 임신한 아내를 마구 때리는 남편을 재수없이 살인자가 된 여자, 남편과 내연녀를 살해한 여자, 사채업자한테 시달리다 못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된 여자, 의붓 아버지의 성폭행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반항하다 살인하게 된 여자….아무도 평범한 죄수는 없다. 모두 정상참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인정으로만 따지면 교도소에 있으면 안될 것 같은 그들이다. 죄를 저지르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들여다 보면 다 측은지심이 생기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할 수 없는 그들이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에 웃으며 울고 그들의 만남과 이별에 또 다시 눈물짓고 이제 다 울었나 이제 더 이상 울꺼리가 있을려나 싶으면 또 다시 새롭게 눈물이 시작되는 이야기와 만난다. 김윤진이 나문희 선생님만 봐도 눈물이 났었다는 인터뷰가 절로 이해가 됐다. 우는 것은 쉽지만 그걸 참아내는 것이 더 힘들었다는 말에도 절대 동감한다. 김윤진의 맑으면서도 애닳은 연기도 높이 사고 싶으나 나문희 선생님의 깊은 슬픔이 베어난 얼굴은 잘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영화는 불이 켜질때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웃는데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런 영화가 될 이보다 더 최루탄 영화는 없을 정도다. 그들의 아름다운 하모니와 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너무 울어 띵한 머리와 밤탱이처럼 부운 눈 때문에 눈뜨기조차 뻑뻑하면서도 자꾸만 여운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