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드라마와 막장 드라마와의 구분은 어떻게 될까. 우리가 지금까지 배우고 익혀왔던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지키고 배려와 가족이라는 테두리안의 이야기에 감동받고 짠해하면서 착한 드라마라고 명명한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배려라는 단어가 실종된 부적절한 관계에 이어 복수라는 단어가 어우러진 가족이란 의미가 퇴색된 이야기엔 막장 드라마라고 명명한다.
부모가 부모로서, 자식이 자식으로서, 며느리가 며느리로서 제 자리를 잘 지켜주는 존재감만 갖고 있다면 우리는 가족이란 테두리안에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바라기만 한다거나, 자식이 바라기만 한다면, 며느리한테는 희생만 강요한다면 절대 그 관계가 부드럽게 잘 유지되긴 힘들지 싶다.
'그대 웃어요'는 제목만큼이나 부담스럽지 않은 내용이면서 그렇다면 허황되게 동화스럽지도 않다. 우리 주변에 저런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은 친근함에 내 할아버지를 보는 듯 해 같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눈물 흘리며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다. 가족이라는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이 시점에서 가족이란 시점으로 모든 이야기를 풀어 나가려는 그들이 처음엔 조금은 모순되어 보였다. 철부지 아버지, 공주 어머니에 허파에 바람 잔뜩 든 남매까지 모두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가족이 오히려 더 현실성있어 뵀다. 오히려 너무 진실성이 과부하된 현수네 가족이 저럴 수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가족으로 현실감으로 적어 보였다. 그런 가족이 만나 서로 싸우면서 조금씩 배우며 착한 쪽이 우성이라는 걸 보여주듯 그렇게 아주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돈만 밝히던 철없던 아버지 서정길이 조금씩, 공주 어머니가 조금씩 자식을 위해 희생이란 걸 하려고 한다. 그런 조금의 변화속에 이제 더 큰 변화를 이끌 문제가 생겼다. 근면 성실하게 한눈 팔지 않고 오직 가족을 위해 살아온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는 아들, 그리고 투덜되지만 상당히 인간적인 백금자 며느리, 엄친아 현수의 가족은 이제 살만해졌고 더 이상 문제가 없을 것 같았는데 현수의 결혼문제로 시끄럽고 할아버지의 간암발병이 그것이다. 손주 며느리가 될 정인은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간이식을 하겠다고 검사를 받는 것까지 방송됐다. 어떻게 손주 며느리가 될 정인이 할아버지를 위해 간이식을 결심할 수 있었을까도 대단하고 또 대단한 말 그대로 현실감 떨어지는 설정이라고 생각 됐는데 '그대 웃어요'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그들은 충분히 착했다.
정인이의 변화가 조금은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철이 들어 사람이 저렇게 빨리 변할 수 있을까 따지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그녀는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으로 그 유명한 카피문구를 바꿔야 될 만큼 그렇게 현수를 만나 완전 변했다. 그런 그녀의 변화보다 더 짠하고 가슴 아프게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은 역시 중년의 힘이다.
최불암선생님의 '조금만 시간을 주시게'하며 가슴을 치며 고통을 참는 장면에선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아프고 외로울까, 그러면서도 얼마나 무서울까…. 혼자 아픔을 짊어지고 삭혀야 하는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그랬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의 병환을 알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전전긍긍하는 아들 강상훈(천호진)의 통곡엔 짠한 정도를 지나쳐 같이 흐느꼈다. 그런 중년의 힘으로 짠함에 눈물까지 범벅으로 만들다가도 이야기는 신파에 머물지 않는다. '그대 웃어요'는 웃음을 잃지 않는 매력을 잃지 않았다.
할아버지께 간을 이식하겠다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라며 술을 마다하고 우유를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배를 만지고 '멍청이...잘될꺼야'하는 정인의 행동하나 하나가 임신을 의심하게 했고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서정길은 웃음 코드를 만든다. 웃으면서도 그들의 착한 거짓말에 강만복 사장님은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으고 현수의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10달만이라도 더 살고 싶다며 치료를 받고 싶다고 했다.
너무 착한 사람들 속에 유난히 정인이를 미워하며 밉상으로 일관하던 백금자 아주머니도 이제 시아버지의 상태를 알았다. 사람인데 아무리 배려하고 산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하나 주지 않고 살기는 힘들다. 그렇게 아옹다옹하며 사는 삶이 그대로 녹아 나오는 듯한 '그대 웃어요'를 보며 주말 저녁 한주를 고해성사하는 듯 그렇게 착해지는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