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반미감정 불러 일으키는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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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한 헐리우드의 재난 블록포스터 '2012'란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그닥 유쾌하지 않은 소식을 접했고 '집행자' 배우들의 눈물을 봐야 했다. '집행자'는 꽤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음에도 '2012'에 밀려 교차상영에 들어갔고 그에 따라 보고 싶은 관객이 있어도 볼 수 없는 상태가 되버렸다. 꽤 괜찮은 영화라고 입소문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상영하는 영화관이 없어 선택의 폭이 그만큼 좁아진 관객은 영화관에서 보여주는 영화중에서 골라야 하는 피해자가 되버렸다. 어찌되었건 얼마나 대단한 영화길래 개봉한지 얼마되지 않은 영화를 교차상영까지 하며 러닝타임 2시간 40분이나 되는 영화를 상영할까 궁금증도 일었다.

2012- 네이버

'2012'는 돈 많이 썼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돈으로 퍼바른 영화라는 걸 보는 내내 알 수 있다. 엄청난 스케일의, 쓰나미를 뵈줬던 '해운대'의 그 CG보다 더 크고 더 방대한 부산이란 지역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를 넘나드는 CG는 2012년 인류 멸망이 있다고 믿지 않던 사람도 믿을 수 밖에 없을 만큼 으시으시함을 제공할 뿐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더 많이 사랑하고 살아야겠다는 경건한 마음까지 들더라는…
2012년의 종말을 믿는 사람은 우리나라에도 있고 그 종말을 대비하기 위해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꾸미고 저장음식을 준비하고 가족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봤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가족들과 한달은 버틸 수 있는 저장음식을 준비하고 비상약품까지 구비하는 모습을 봤다. 그럼에도 2012년의 종말론도 1999년과 같지 않을까 싶은 것, 설마 종말이 오겠는가 싶은 마음이다.
가장 황당한 것은 우월주의다. 이보다 더 할 수 없을 만큼 우월한 미국의 잘난척이다. 지구의 종말, 인류의 멸망에도 인류를 구할 나라는 미국밖에 없으면 그 위대한 미국의 대통령은 젊은 과학자를 살리고 늙은 정치가는 국민을 돌보다 멋지게 생을 마감하는 길을 택하는 영웅이기까지 하다. 보통 영웅주의가 아니다. 그들이 만든 큰 우주선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빠삐용'을 본 뜬 듯 하고 부자는 지구가 멸망해도 살 수 있다는 서글픈 정석과 더불어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그냥 가족과 함께 '사랑한다'를 외치며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2012년엔 한국은 없다. 우리는 우주선의 티켓을 사지도 못할 정도라고 해야 할까.

2012 - 네이버

'2012'의 볼거리는 풍성하다 못해 리얼하다. 하지만, 러닝타임은 많이 길다. 그렇게 풍성한 CG와 화려한 폭파장면까지 더해졌지만 중간중간 섞어 놓은 가족, 사랑같은 감정들은 '해운대'처럼 서민적이지도 않고 그들의 이야기에 동화되지도 않는다. 우리와 너무 다른 문화에 어우러지지 못함도 있겠지만 그들의 가족애라는 것이 우리와는 많이 달라 그렇게 동감되지도 않을 뿐더러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야기는 짠함이 없다. 지구 멸망, 인류 멸망이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 가족애와 같은 것은 짠함없이 소화하느라 조금은 벅차보이고 그 벅차오름이 지루함으로 이어졌다. 굳이 저렇게까지 어설프게 이쪽저쪽 가족을 어우르며 굳이 눈물샘을 자극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나쁜 아빠도 자식을 위해서는 초능적인 힘을 발휘할 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자세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가족의 의미같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 듯했지만 미국의 영웅주의에 가려 빛은 바랬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그렇게 돈도 많지 않고 화목하지도 않았던 가족은 주인공이란 이유만으로 살아 남는다.

2012년 고대 마야 문명에서부터 끊임없이 회자되어 온 인류멸망을 다른 '2012'는 지독하게 미국 중심적인 사고 방식과 진행 방식으로 2시간 40분의 긴 상영시간 동안 반미 감정마저 생기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