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잇몸이 붓는 듯 했다. 음식을 씹기가 거북할 정도? 아니다, 이가 잇몸과 찰싹 달라붙지 않아 왠지 건드렁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잇몸이 붓는 증세라는 것이 하루 이틀 지나면 그냥 가라앉고 특별히 진통제를 먹지 않아도, 잇몸 약을 먹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가라앉았다.
그렇게 힘들거나, 잠을 잘 못자거나, 신경 쓸 일이 많을 때 반복됐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잠을 푹 자면 괜찮아지곤 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이었다.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그 전까지 이가 들뜬 느낌조차 없었는데 입안에 사탕을 물을 것처럼, 딸아이 볼거리 할 때처럼 위치만 다를 뿐 볼이 부은 것이다. 나이 마흔이 되도 볼거리에 걸리는 것일까 잠깐 걱정을 했지만, 위치가 볼거리 위치랑은 많이 달라 그냥 무시했다. 사랑니가 나는 위치도 아니고 도대체 알 수 없는 붓기였다.
그렇게 사나흘 동안 부어있던 볼을 아주 천천히 빠지는가 싶었다. 그러더니 사흘 전엔 잇몸이 표나게 부었다. 그것도 아침에 일어나 양치하면서 느꼈다. 이 불편한 느낌이 뭘까 싶어 거울을 들여다 봤는데 맨끝에서 두번 째 어금니 바로 밑 잇몸이 이가 하나 나도 될 만큼 딱딱하게 부었다. 말캉거리는 것도 아직 딱딱하게 부었다.
이대로 그냥 놔두면 가라 앉겠거니 하고 또 사흘을 참았다. 근데, 주말이 지나도 잇몸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문제는 통증이라도 있으면 치과를 어쩔 수 없이 찾겠는데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은 치과를 갈 필요가 있겠나 싶어 버텼다.
근데, 어쩔 수 없이 치과 갈 일이 생겼다. 학교에서 구강 검진 안내문을 가져왔다. 여름 방학 끝나기 전까지만 하면 되는가 싶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이번 주까지 제출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숙제를 위해 치과를 찾았다. 접수하면서 간호사님께 부은 잇몸을 보여주니 엑스레이를 찍고 염증을 짜내야 할 것 같다는 무시무시한 말씀을 하는 것이다.
엑스레이를 찍고 선생님을 만나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아프지 않았어요?"
"전혀요"
"엑스레이 사진 보세요. 뿌리 쪽을 검게 싸고 있는 것 보이시죠? 저게 다 염증이에요. 뒤쪽 뼈는 괜찮은데 앞쪽 뼈는 거의 없어요. 일단, 신경치료를 하고 염증을 긁어 내야 하는데 염증이 심하고 앞쪽 뼈는 없는 상태라..다시 생겨주면 좋은데…"
단지 잇몸이 들뜬 증상만 있었을 뿐인데 어떻게 뼈가 녹도록 내가 모르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거기다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일단 신경치료와 잇몸치료를 병행하고 하다하다 도저히 안되면 발췌란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보자는 친절한 선생님의 설명이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긍정적이지 않은 소견으로 신경치료를 들어가야 하다니, 2~3달은 치료를 해봐야 한다는 치료를 오늘 처음 받았다. 신경치료를 받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마취하고 열심히 기계로 갈고, 신경에 약물을 투여하고, 순간순간 찌릿찌릿한 고통까지 동반한 아주 고통스런 치료다. 1시간이 넘도록 치료를 받으며 얼마나 긴장했는지 치료가 끝나고 온 몸이 뻐근했다.
나이 40도 안된 나이에 브릿지나 임플란트란 단어를 가까이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딸아이는 3개월마다 날짜 맞춰 정기 검진으로 충치의 기미만 보여도 치료가 들어가는데 정작 엄마인 나는 치과를 멀리하고 열심히 양치만 했다. 그렇게 하면 될 줄 알았던 입 속 건강이 내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상하고 있었다는 것이 많이 우울함이다.
이번에 확실하게 알았다. 조금의 자각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란 걸 생경험으로 터득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