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의 전화를 받았다.
"나 결혼해"
B는 37살이다. 늦었다면 아주 늦은 나이다.
"축하해. 신랑은 몇살인데. 뭐하는 사람이야?"
"그냥 뭐...연하야."
"요새 연하가 대세라잖어. 얼마나 연한데?"
"….5살"
"와우~ 하긴, 2~3살은 연하도 아니지. 날짜가 언제야?"
그래서 측근들이 모이게 됐는데 당최 결혼한 남자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날도 잡았고, 이제 엎을래야 엎을 수도 없는데 이제는 공개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 압박을 했다.
결혼전에 한번은 신랑을 봐야한다는 친구들의 등쌀에 B는 조용히 고백했다.
"보여주긴 하는데….내가 속인게 있어."
"뭐?"
"5살 연하가 아니라…8살이야."
"엥? 8살?"
내 친구가 이런 능력의 소유자라니....B가 37살이니 8살 연하라면 29살 아닌가.
결혼 일주일 앞두고 8살 연하인 B의 신랑 될 사람을 드디어 만났다.
하, 29살이어도 좀 들어보이는 29살이면 괜찮은데 동안이기까지 했다. 삐쩍 마른데다 얼굴까지 동안이어서 아무리 많이 쳐져도 20대 초반을 넘기지 못할 정도였다.
B가 나이보다 들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아무리 가감해서 봐줘도 큰 누나랑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신랑집에서 반대 안했어?"
"아니, 반대 안했어"
아무리 그래도 아들가진 엄마들은 아들이 못났든 잘났든 상관없이 내 아들에 대한 콩깍지가 있는데 어떻게 8살 연상인 여자랑 결혼하겠다는데 반대 비슷한 것도 안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결혼식날 B를 만났다.
8살 연상이랑 결혼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쿨하시길래 반대하지 않았을까 싶어 신랑 부모를 찾았다. 근데, 아무리 봐도 푸른색의 한복을 입은, 신랑 어머니라고 추측되는 분이 없는 것이다. 결국은 식이 진행되기 바로 전에야 알 수 있었다.
환갑도 지나지 않았다는 신랑의 부모님은 아주 많이 연로해 보이셨다. 그냥 겉늙어 보이는 것이랑은 다르게 세월의 흐름을 쉽게 지나오시지 않은 듯 함을 그분들의 얼굴에서 알 수 있었다. 신랑측 어머니라고 꼭 푸른색 한복을 입으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하객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그 분은 많이 낡은 한복, 거기다 키가 커서 짧아진 것처럼 한복 치마기장은 복숭아뼈 한참 위에서 끝나 있었다.
저분들의 삶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저래서 반대를 안했나?? 물론, 시댁이 어렵다는 것으로, 보는 것으로 판단하면 안되겠지만, B는 아무리 연하라고 해도 그저 8살 연하라는 것만 빼면 오늘 내일 하는 일용직의 남자와 왜 사랑에 빠졌을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B를 만났다.
"축하해. 나이도 있으니까 아이 빨리 가져라"
"안돼. 돈 모아야 애를 낳지. 2년 뒤쯤 생각하고 있어"
신랑 나이를 생각하면야 10년 뒤도 괜찮을 것 같은데 B 나이를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만은 없는 일인데..남 가정사에 뭐라고 할 수도 없는데 그 나이에 결혼하면서 왜 그런 결혼을 하냐고 말하고 싶긴 했다.
B의 부모님은 어떻게든 37살에 딸을 치웠다는데 큰 의의를 둔 듯 하지만, 결혼 10년차 되는 아줌마가 되고 보니 마냥 축복할 수 만은 없는 결혼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