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결못남'을 보며 대리 만족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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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결못남'의 조재희(지진희)는 혼자 살아도 충분히 외롭지 않고 즐기며 살 수 있는 싱글이다. 왜 그토록 주위사람들은 그를 결혼시키지 못해 안달일까.

어디에도 빠지지 않을 해박한 지식에 고상한 취미생활(우유를 마시며 음악감상을 한다)을 하며 혼자라는 것에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다.

혼자 먹는다고 아무렇게나 먹지도 않는다. 청량고추가 없다고 동네 편의점부터 돌아다닌다. 청량고추 찾아 삼만리를 해서 결국은 양념장에 청량고추를 넣고 흐믓해 하는 그 남자의 표정이란….아줌마는 양념의 한가지쯤은 쉽게 포기한다. 파가 없으면 마늘을 좀 더 넣고, 청량고추가 없으면 덜 맵게 먹으면 되고..뭐 이런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조재희는 타협하지 않는다. 양념장에 알싸한 매운 맛을 더하기 위해 청량고추를 사러 다니고 가스렌지의 더러움이나, 씽크대의 더러움도 용납하지 못한다. 그뿐인가 혼자 먹기 위해 광어회를 뜨고 그 어떤 횟집에서보다 더 아름드리하게 회를 줄세우고 그것도 모잘라 와인까지 준비하는 철저함까지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타협하지 않고 바로 즉석에서 해치우는 남자다. 같이 살면 피곤할지 모르겠지만 그는 스스로 혼자이길 자처하는 남자이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20대의 생기발랄한 그런 화려한 싱글이 아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40대의 싱글이다.

그가 점점 결혼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 믿어진다.

폭죽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명당자리를 선택하는 센스가 있을 뿐 아니라 그는 그만을 위해 와인도, 쌍안경까지 준비하는 치밀함까지 있다. 아무한테도 방해 받지 않고 폭죽을 즐기고 폭죽의 포퍼먼스를 이해하며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폭죽을 구경한다. 아쉽게도 혼자만의 세계에 장문정(엄정화) 패거리들이 방해를 했지만 말이다.

결못남 - 조재희(지진희)


뿐인가, 그는 그의 집에 다른 사람을 들이지 않는다. 이유 또한 아주 명쾌하다. 대인관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자신의 공간이라고 칭한다. 아무리 소그룹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과 섞여 살아야 하는 현대 사회의 우리에게는 그런 자신만의 공간이 절실할지 모른다. 그렇게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취미생활로 혼자만의 먹을 거리를 마련하고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을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지 않다는 조재희를 충분히 이해한다. 조재희가 하면 궁상맞아 보이지 않는다. 그는 혼자서 노는 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고, 혼자서 즐길 줄 아는 법도 확실하게 아는, 혼자라서 초조한 사람이 아니다.

과로로 쓰러진 그에게 엄마는 그런다.
"그러게 결혼하라고. 혼자 있는 집에서 그렇게 쓰러졌어봐. 너 죽어도 모르고 열흘 뒤에나 발견될 껄?"
엄마로서의 최선의 악담이겠지만 그걸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들인다. 모든 이들이 나이 들어 외로울까봐, 젊어서는 혼자 살아도 괜찮지만 늙어서 혼자 아프면 어쩌나 싶어 자신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아주 명쾌한 답이 되지 않았을까.
"그게 제 운명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죠"

죽음에 대해서 전혀 두려움도 없고, 그저 지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 몇 날 며칠을 꼬박 일에 매달릴만큼 일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물론, 씽크대의 더러움이, 쌓인 그릇들이 그를 조금 방해하긴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깔끔함이다.

보면 볼수록 그가 매력적이다. 그에 반해 어쩌다 보니 반올림해서 마흔이 다된 장문정(엄정화)은 비호감이다. 말 그대로 첫사랑에 실패하고 인연을 못 만나 그냥 그렇게 나이를 먹은 싱글이다. 혼자서 잘 놀 줄도 모르고 그렇다고 혼자를 즐기지도 못한다. 기회만 있으면, 마음에 드는 남자만 있으면 들이대고픈 하이애나 싱글이다. 정확하게 결혼 못한 여자다.

혼자서도 잘 노는 전혀 혼자인 것에 게의치 않는 남자 조재희와 언제나 옆에 누군가를 둬야 하는 결혼해야만 하는 여자 장문정의 러브라인은 형성되지 않았음 하는 것이 보는 아줌마의 바램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남자한테 혼자서 잘 못 노는 여자와 엮이지 않았음 한다.

내가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다면 조재희처럼 완벽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혼자만의 즐거움을 터득하고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20대의 화려한 싱글과 다른 깊이 있는 취미생활과 열정을 가질 일이 있는 그의 삶처럼 그렇게는 못 살았을 것이다. 오히려 장문정과 같은(물론 경제적으로도 찌질했겠지만) 싱글이지 않을까 싶다.
혼자서도 잘 놀기는 쉽지 않다. 완전한 만족을 누리며 살기는 더 어렵지 않은가.


이상한 대리만족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저 조재희가 앞으로도 쭉 결혼 안했음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