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유산'의 김미숙표 새엄마, 그 어떤 동화속의 새엄마 이를테면 콩쥐 새엄마, 신데렐라 새엄마, 장화홍련 새엄마를 능가하는 악동함에 거기다 보는 이로 하여금 무서움까지 들 정도다.
보는 시청자가 떨릴 정도로 차분차분하면서 전혀 나쁜 사람 아닌 듯 피해자인 듯 그러면서도 고고하게 은성(한효주)를 낭떠러지도 떨어뜨리는 이간질 솜씨가 그 어떤 정치인보다 뛰어났다.
저번 주까지만 해도 캔디(은성-한효주)쪽으로 모든 사람들이 기우는가 싶었다. 지방으로 내려가려던 고평중(고은성 아빠)이 버스안의 은성이를 보게 되고, 새엄마(백성희)의 보험금을 대리 수령한 사실까지 밝혀진 마당이니 은성쪽으로 기운이 기우는가 싶었다. 은성이 새엄마를 만나 '보험금 다 가져라, 불안하게 살아라라'고 말 할 때까지만 해도 백성희의 거짓말이 모두 들통났으니 이제 끝이려니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청자의 안이한 태도에 일침을 가하 듯 승미 모녀는 은성이네 집을 불시에 방문했고, 완벽한 시나리오로 은성을 내쫓는데 성공했다.
밝고 건강하게 근면하면서도 예쁘고 착한 은성을 준세에 이어 환이까지 좋아하게 되자 승미도 본의 아니게 피해자가 됐다. 그래서 승미도 어쩔 수 없이 엄마와 손잡고 은성을 몰아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승미 캐릭터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단아하고, 속내를 들어내지 않는 것 같은 차분함까지 겸비하고 있는 그녀는 모든 범죄가 처음이 어렵지 반복되면 승미도 엄마보다 더한 나쁜 짓을 할지 모른다. 어찌되었건 잠재돼 있는 나쁜 마음을 은성이 꺼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면죄부가 되진 못하겠지만 차분차분한 2인 1조의 악행에 더 흥미진진해 졌음이다.
김미숙이란 배우에 대한 새로운 발견임과 동시에 '악역이란 이런 것이다' 쾅쾅쾅 정의를 내리는 듯 하다.
'아내의 유혹'의 애리(김서형)은 소리소리 질러대며 참으로 속 보이는 악행을 거듭했다. 조금만 주의깊게 살피면 훤히 보이는 그녀의 거짓말이라 보는 시청자도 크게 긴장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백성희는 다르다. 소리한 번 안 지르고 남 탓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조용히 내공 100%의 악함이다. 차분하게 거짓말을 하고 내 딸을 위해서라면 내 딸의 것을 뺏길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모든 걸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보통이 아닌데 그 의지의 표현은 보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백성희(김미숙)은 약간 상기된 듯한 얼굴로 차분차분하게 진심을 담아 장숙자 사장님의 마음을 흔드는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승미를 위해서라면' 란 큰 사명감으로 벌인 일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된 또 다른 거짓말의 말로가 어찌될지 궁금하다.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찬란한 유산'은 캔디의 몰락보다 그 어떤 악덕 새엄마를 능가하는 김미숙표 새엄마로 인해 더더욱 재미를 더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