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동물이, 공룡의 뼈가, 미니어처 인형들이 모두 살아 숨쉰다면? 얼마나 재밌는 상상인가. 그래서 재밌을 줄 알았다. 정말로 재밌을 줄 알았다.
근데, 뚜껑을 열어보니 재미라기 보다는 즐거운 상상만 했다. 영화 상영시간 내내 하품만 열심히 하고 눈물 쪽쪽 짜고 나왔다면 '박물관은 살아있다2'를 보기엔 내겐 너무 동심이 사라졌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재미없는 걸 재밌다고 할 수는 없다.
'박물관이 살아있다1' 을 보지 않았다. 1을 봤다면 2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도, 영화도 많다. 그걸 아이들만 영화관에 들여 보내기엔 걱정되는 마음에 같이 들어가 보는 경우가 많은데 '슈렉'같은 애니메니션은 같이 즐길 수 있는 부류에 속한다. 만화속의, 동화속의 공주는 모두 날씬하고 창백하게 하얀 피부에 동그란 눈을 가진 외모를 가져야 하는데 피오나 공주는 그 환상을 깼다. 하긴, 뚱뚱해도 그녀처럼만 뚱뚱하면 괜찮을 것 같다. 울퉁불퉁 셀룰라이트가 자갈밭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균형잡힌 통통함 아닌가. 그런 통통함은 오히려 피오나 공주를 귀엽게 친근감 가는 공주로 만들었다. 거기에 괴물 슈렉과의 러브스토리. 분명 놀라운 생각의 전환이고 상상인데 슈렉은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재밌었다. 어른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박물관이 살아있다2'도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좌석의 절반은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들도 채워진 상영관을 보면 분명 이 영화가 모두 관람가 영화가 맞는 것 같긴 한데 이야기는 발칙한 상상외에는 특별한 무엇도 없다.
박쥐도, 뱀파이어도 아닌 박물관 식구들은 해가 지면 생명을 부여 받고 해가 뜨면 다시 생명을 잃는다. 해가 짐과 동시에 깨어난 그들과 경비원 래리의 관계는 묘하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우정이라고 해야할까. 그들의 우정과 더불어 래리의 박물관에 대한 애정도, 의리도 다 좋다. 박물관 식구들을 구하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도 다 좋은데 너무 스릴없다.
카인과 아벨를 연상시키는 나쁜 형 이집트 파라오 카문라가 나타나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당으로 등장하고 그 악당을 뒷받침 하기 위해 나폴레옹, 알카포네, 폭군 이반까지 아크멘라의 석판을 차지하고 비밀을 풀기 위해 합심하고 래리는 박물관 식구들을 그들로부터 구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다는 이야기다.
박물관 식구들이 모두 살아 움직인다는 발칙한 상상만큼 이야기가 재밌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내내 그들은 열심히 뛰어 다니고 바빴지만, '박물관이 살아있다2'엔 카문다가 악당이라고 하기엔 많이 모잘랐고 그를 도와주는 나폴레옹이나 이반, 그리고 알파코네도 상당히 많이 미약했다. 그들이 좀 더 힘을 가지고 박물관 식구들을 괴롭혔다면 좀 더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찌되었건 영화는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의 대결이었으나 애매모호한 경계로 지루했다.
그래도 그 상상은 즐겁다. 움직이지 않는 그들을 보는 것보다 만져보는 것보다 살아있는 그들을 본다는 것은 박물관이 움직이지 않는 정체된 곳에서 움직이는 곳으로 역사의 장으로 아이들에게 체험 역사 현장이 되지 않을까. 아이때문에 억지로 끌려가는 박물관이 아닌 어른도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이 될 것이다.
어른인 나한테만 지루한 것이 아닌 듯 상영 시간 내내 아이들은 아주 뻔질나게 화장실을 들낙거렸다. 다리 접어 주는 걸 족히 10번은 넘게 한 듯 싶다. 몰입될 만큼 재밌었다면 아이들이 그렇게 뻔질나게 화장실을 들낙거렸을까.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도 많이 부족한 영화란 반증 아닐까.
발칙한 상상만큼 좀 더 재미가 더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박물관이 살아있다2'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