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국민학교 때 말이다. 겨울방학 즈음되면 언제나 숙제처럼 했던 '국군아저씨'한테 위문편지쓰기.
정말 싫었다. 생전 본적도 없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얼마나 고생하는지, 힘든지 그닥 피부로 와닿지도 않는데, 편지를 쓰라니...도대체 뭐라고 위문한단 말인가.
언제나 변함없이 들어가는 내용은 '추운데 감기 조심하라는 등, 국군아저씨가 있어 우리가 평화롭다는 등…' 했던 말 반복에 변함없는 내용으로 6년을 쭉...일관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성의없게(?) 편지를 써서일까. 한번도 답장을 받아본 적이 없다. 성의 없는 편지를 써보내면서도 은근 답장을 기대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올해는 나도 답장을 받아볼 수 있지 않을까...물론, 한번도 기대가 충족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숙제했다.
딸아이가 겨울 방학 즈음 숙제가 '경찰아저씨께 위문편지 써오기'였다.
엉?
경찰아저씨? 국군아저씨가 아니고?? 근데, 이건 어폐가 있다. 국군아저씨야 어떻게 말이 된다지만, 경찰관은 아저씨도 있고, 아줌마도 있고, 언니도 있을텐데….
선생님이 그러셨단다. 편지를 써오면 꼭 답장을 받게 된다고…
그래서 딸아이 열심히 숙제했다. 쓰고 고치고, 글씨체까지 정성스럽게, 집 주소까지 편지 봉투에 정성스럽게 적어 학교에 가져갔다.
사실, 엄마인 나는 그닥 믿지 않았다. 그런데, 딸아이는 기다리는 눈치였다. 방학 하고도 한동안은 '엄마, 경찰아저씨'한테 왜 편지가 안오지?' 하며 묻곤 했고, 학원에 다녀올 때마다 우편함에 편지가 있는지 확인할 정도로 기다렸다. 그러더니 시간이 지나자 까먹은 듯 했다.
어제 딸아이는 학원에 다녀오면서 신나 했다.
"엄마~~~"
"어, 잘 다녀왔어?"
"엄마!! 이것 봐라~ 경찰아저씨한테 편지왔다!! 정말 왔다!!!"
너무 좋아라하는 딸을 지켜보며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오지 않을 줄 알았던 답장이 해를 넘겨 그래도 왔다. 그것도 정성스러운 글씨에, 딸아이의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말이다.
답장의 내용이야 뭐, 편지 써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와 경찰관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인데, 딸아이의 편지에 대한 답장인 듯 한 내용이 눈에 띄는 것이다.
'아저씨가 대신 사과를 해야할 것 같은데...경찰관 아저씨는 항상 '3분이내'의 거리에 있는데 그 날은 늦은 것 같구나. 하지만 다음에는 늦지 않는다고 대신 약속해 둘께'
"뭐라고 썼는데 이렇게 쓰셨지?"
"아~그거...우리 집에 도둑 들었을 때 경찰 아저씨들이 늦어서 무서웠다고 편지에 썼었거든"
딸아이 유치원때 집에 도둑이 들었었다. 경찰관이 오는데 30분이 넘게 걸렸고, 지문감식한다고 과학수사팀에서 오는데 거의 1시간이 소요됐었다. 그걸 딸아이가 기억하고 편지에 쓴 모양이다. 거기다 그렇게 사과해주는 경찰관 아저씨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했다.
내가 받아보지 못했던 답장을 딸아이는 받았고, 아주 많이 흐믓해 했다.
우리 주변에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사명감이 없으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잊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는데….오늘 딸아이는 경찰관 아저씨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경찰서에서 뭔가가 배달되면 괜히 불편한 마음부터 들었는데, 오늘처럼 포돌이와 포순이가 친근하게 느껴지긴 처음인 듯 하다.
'경찰관 아저씨,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