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가문의 영광' 고된 자손들의 거듭나기
노무현 대통령 배너

수다가 좋다

주말의 즐거움으로 '가문의 영광'을 꼽을 수 있다. 주말 드라마가 그냥 그렇고 그런 가운데 '가문의 영광'도 분명 그렇고 그랬다. 한데, 은근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 '가문의 영광'은 조폭 집안으로 똑똑한 며느리가 들어가는, 말 그대로 가문의 영광이었는데, 이 드라마는 거꾸로다.
일단, '가문의 영광'은 뼈대 있는 가문의 영광을 위해 집안에 아무도 윤허 없이 들일 수 없는, 그런 까칠한 집안이다. 그들의 가문을 위해 그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피곤할지 아무도 알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지만, 그들은 그런것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그들의 영광에 보탬이 되기 위해 타인, 다시 말해 며느리로 그 집안에 들어온 사람들은 오래 살지 못하거나, 가문의 영광을 위해 가족 구성원으로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래서 뼈대 있는 가문에 지금은 며느리가 없다. 아니, 없었다. 그러다 과속으로 임신한 나이든 종부가 들어왔다. 그 종부는 현대식으로 가문을 바꾸려고 하지만, 그닥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거기가 첫 종부한테 가졌던 기대가 두번째, 나이 많은 재혼한 종부한테는 그 기대치만큼 아닌 시아버지 덕분에 더 편한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 거기다 자신의 일이 있는 종부다보니 하루종일 표안나는 집안일에 파묻혀 있는 것보다는 훨씬, 많이 홀가분해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새어머니, 하씨가문의 종부 이영인(나영희)

가문의 영광을 위해, 뼈대를 지키기 위해 사는 구성원은 어떨까.
가문의 고명딸 하주정(박현숙)도 그닥 행복하지 못하다. 미천한 직업을 가진(운전사)라는 이유만으로 사랑함에도 결혼하지 못했던, 가문의 영광을 위해 그런 하찮은(?) 직업을 가진 사위를 맞을 수 없어 40이 넘은 지금도 알코올과 친구하며 처녀귀신 되겠고, 거기다 사랑도 없이 정략 결혼한 수영(전노민)은 친절하지만, 친절이상은 아무것도 없는 남편으로 결국은 아내한테 버림받고, 수영과 이란성 쌍둥이인 태영(김성민)은 장남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문을 위한, 짊이 덜했지만 간통이란 불명예로 이혼했다.퓨막내 단아(윤저희)는 손녀면서도 가문의 종부들이 없는 틈에 종부의 역할까지 하는, 가문의 구성원으로 키워진 현실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여자다. 거기다 신혼여행길에 남편을 여위고 그 추억으로 살아가는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살고 있는, 빨리 할머니가 됐음 좋겠다니 행복한거랑은 거리가 먼 여자다.

하지만, 그들은 가문의 영광을 위해 아침저녁으로 상식을 올리며, 뼈대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산다. 하지만, 그들의 구성원에 속하지 않은 시청자의 눈으로 봤을 때, 절대 뼈대 있는 집안 아니다. 그저 그런 콩가루 집안일 뿐, 오히려 강석이네 가족이 더 현실적이다.

그들은 체면을 위해 살지는 않는다. 속물근성을 그대로 들어내며 편하게 산다. 굳이 아침 저녁으로 상식을 올려야, 제사를 잘 지내야 뼈대 있는 가문이라는 건 어쩜 , 지금의 현실에 위반되는 것은 아닐까.

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버거우니 그들의 구성원에 속하고 싶지 않음이다.
지금 가문의 아들들은 초혼에 실패하고 두 번째 사랑을 하고 있다.  수영(전노민)은 나이 어린, 회사에서 청소하는 아가씨와 연애아닌 연애를 하고 있다. 이 사람이 평생 무슨 재미로 살았나 싶을 만큼 처음 해보는 일이 아주 많다. 귀순자 수준보다 더 하다. 허무맹랑한 그의 대사, 그것도 웃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진지하게 '이거 처음 해봐요' 하는 그의 대사가 은근 매력이다.

쌍둥이 동생 태영(김성민)은 아들을 낳기 위해 자식만 낳은 부모덕분에 인생이 괴로운 나말순(마야)를 만나 초등학교 동창생 만난 것 같은 모양새다. 서로가 사랑인지 아닌지 확신도 없는, 그렇지만 누가봐도 진행중인 것  맞는 그런 사랑을 하고 있다. 아플 때 만난 거 사주고, 돈 없을 때 돈 꿔주고, 술 고플 때 술사주고, 그러면서도 편안한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가문이 원하는 여자들이 아니다. 초혼 때는 가문이 원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했고, 그렇게 가문을 위해 살았다면 이제 그들은 그들의 사랑을 위해 사랑을 하고 있다. 가문이 원하지 않는, 조건은 가문이 원하는 조건에 한참 못 미치는 듯 하지만, 그들이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가문이 원하는 여자는 가문을 위해 순종하지 못하지만, 뭔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여자는 가문을 위해 순종할꺼라는 것인지….

그들은 쌍으로 노래를 못한다..강석과 단아

가문의 손녀 단아(윤정희)와 강석(박시후)의 사랑도 흥미진진하다. 까칠해 보이는 이강석은 승부욕이 남다르다. 공으로 인형을 맞추는 게임을 하면서도 4만원이 넘게 던지고 또 던진다. 그 정도 던졌으면 하나 정도는 맞을만도 하련만 그의 공은 인형 옆으로 스릴있게 넘어간다. 그걸 보다 못한 단아가 딱 한번 던져 인형을 맞췄다. 그러자 그는 대뜸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한다. 그의 군대식 말투가 어색한 듯 하면서도 단아와 어우러져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다. 그들의 못  들어 줄 만큼 버거운 노래도 한 몫한다. 남자는 동생 혜주를 위해, 여자는 자기를 좋아하는 현규를 위해 시작한 게임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그들한테 점점 중독되고 있다. 게임이든 뭐든 그들의 은근한 사랑이 재밌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 들어왔던 종부들이 떠난 자리에 가문의 영광에 못 미치는 새로운 종부들이 들어와 가문의 영광을 잘 지킬 수 있을지, 가문의 여자들이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주말 저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