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간호사도 보통 인내심으론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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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며칠 전 감기로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을 때다.
계절이 계절이라 그런가 환자들은 다른 때보다 훨씬 많았다. 적어도 30분은 넘게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데, 많은 사람들로 앉을 때도 없었다. 거기다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다 감기 환자라 콜록콜록하지 않으면 팽팽 풀어대고, 컥컥대고...다들 환자였다.
감기가 어찌나 심한지 평소에 아무리 아파도 열 오르지 않던 이들도 열이 오르고, 근육통까지 겹쳐 말 그대로 감기몸살을 앓는데, 그것이 보통 2~3일, 길게는 일주일이 넘게 가 도저히 병원을 가지 않으면 안될 정도다. 그런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가득한 이비인후과에 누가 더 아프고 덜 아프고가 있겠나.
동네 이비인후과는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이들이 전부다 와서 기다린다. 쬐그만 어린 아이는 아파 엄마등에서 칭얼칭얼대고, 진료실에 들어간 어린이의 울음소리는 병원이 떠나갈 듯 하고, 대기중인 아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것도 안되면 의자에 올라갔다 내려왔다를 반복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그닥 유쾌한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다들 아픈 환자들이라 그런가 무표정으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저씨 한 분이 병원으로 들어왔다.

동네 병원에 오는 순서를 적는 노트가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 이름, 생년월일을 적으면 간호사는 차트를 챙긴다. 다른 병원은 컴퓨터로 처방전까지 처리하는데, 이 병원 원장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아직도 종이차트를 사용한다.
이름, 생년월일을 적어 놓으면 간호사가 차트를 찾아 진료실에 들여 보내고, 원장선생님은 종이에 처방전을 적고 그 내용을 원장선생님 옆에 마련된 컴퓨터에 간호사가 입력한다. 그러면 처방전이 인쇄되어 나오는 그런 시스템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병원보다는 좀 속도가 느린 편이다.


그 아저씨는 오는 순서 노트에 이름, 생년월일을 적더니 기다리는 듯 했다.
그러더니 간호사한테 다가가 뭐라고 조용히 말했다. 그러더니 5분도 지나지 않아 큰소리를 내는 것이다. 지루한 대기시간을 갖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본의 아니게 집중해 보게 됐음이다.

"많이 아프다고 했죠? 코피가 지혈이 안되는 데다 열도 높은데 좀 빨리 볼 수 없냐고요? 내가 그렇게 부탁했는데…왜 아직이에요?"
"지금 차트 들어갔어요. 먼저 봐 드릴테니깐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조금만이 지금 몇분이에요?"

저렇게 어거지를 쓰는 아저씨도 있나 싶었는데, 자리가 없어 서서 대기 중이던 아주머니 한 분이 말씀하셨다.
"많이 급하신가 본데 먼저 봐주세요"

대기하는 사람 중에 어느 누구도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어 보였다. 토요일날 그것도, 30분을 넘게 기다려 진료를 받으려고 할 때는 그만큼 아프니깐 왔을 텐데…저런 강짜가 먹힐까 싶었다.
근데, 우리나라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어거지 쓰는 사람은 당하지 못한다.

큰 소리 낸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아저씨는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당당하게 치료받고 처방전을 들고 가뿐하게 병원문을 나섰다. 뒤통수가 따갑지 않았을까?
코피가 지혈이 안된다고 했는데, 코에는 솜 하나 틀어막지 않던데….저렇게라도 빨리 하고 싶을까.

그렇게 응급했음 응급실로 뛰어야 하지 않았을까….했는데, 기다리는 환자들 모두 멍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 그 어떤 누구도 딴지를 걸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목소리 큰 아저씨는 우리보다 20분 늦게 와 20분 먼저 진료받고 갔다.

우리는 착실하게 순서 기다려 그 아저씨가 가고도 20분쯤 뒤에 진료를 받았다. 근데, 아주머니 한분이 뿔났다. 도대체 왜 나는 아직도 부르지 않느냐고…
순서 노트에서 누락된 것이다. 간호사는 죄송하다고...연거푸 사과 하는 모습을 보고 병원을 나섰다.

순서 빨리 해달라고 성질 내는 아저씨에, 얼마나 기다리냐고 채근하는 아주머니, 칭얼대는 어린 아이들, 조금의 실수도 용납치 않는 환자들 상대하느라 간호사도 보통 힘들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직업이 편하게 돈 벌겠는가 싶기도 하지만, 간호사란 직업도 보통은 넘어 뵌다.

서로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조금은 더 편해지고, 일하기도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