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픽션입니다. 주인공 홍서영은 초등학교 1년에 입학한 새내기입니다. 그 학생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1반 15번 홍서영이다.
우리반은 여자애가 15명, 남자애가 16명인데, 여자애들 중에서 15번이다. 끝번호라서 불편한 게 많다. 서랍장도 맨 밑에 있고, 그리고 돌아가면서 하는 회장도 제일 마지막 순서로 한다.
엄마말씀에 의하면 ㄱㄴㄷ순으로 하면 ‘홍’씨인 나는 순서상 어쩔 수 없이 꼴찌라는 것이다.
이해를 못하겠다. 엄마때 ㄱㄴㄷ순이었으면 내가 초등하교에 다니는 지금은 거꾸로 ㅎㅍㅌ순으로 번호하면 안되는 걸까? 내가 선생님이면 1학기때는 거꾸로 했다가 2학기때는 바로했다 할텐데..
엄마는 왜 하필이면 ‘홍’씨랑 결혼한 걸까. 할라면 ‘강’씨나 ‘김’씨랑 하지.
지금이라도 이혼하고 딴 성을 가진 아저씨랑 결혼하랠까?
“엄마, 아빠랑 이혼하고 다른 아저씨랑 결혼해”
“뭐? 왜?”
“홍씨라서 내 번호가 맨 끝번호란 말야. 김씨나 강씨 아저씨랑 하면 내가 번호가 1번일 꺼 아냐”
“엄마가 아빠랑 이혼해도 넌 홍씨야”
아니, 이럴 수가!
마음대로 안되는 게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또 하나 늘었다.
엄마에 따르면 ‘홍’씨 아빠가 아니었으면 내가 태어나지도 못했다고, 이혼하고 다른 아저씨랑 결혼해도 내가 ‘홍’씨라고 하니 포기해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기분은 안좋다.
우리반에 맹의정이란 애가 있다. 그애는 애들이 맹하다고 놀리니깐 그랬다. 이름을 바꿀꺼라고 했는데..그럼, 걔도 맹씨도 그냥 살아야 하는 거네? 그래도 맹씨보다는 홍씨가 나은 거 같긴 하다.
이름으로는 15번인데 키번호로는 7번이다.
입학하고 다음 날 우리들은 앞으로 나오라고 한 선생님은 키 순서대로 세우고 번호를 메겨주었다. 그렇게 정해진 번호가 7번이다. 이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선생님은 안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분명 앞의 애보다 내가 큰 것 같았는데 나를 그 애 앞으로 보내셨다. 발뒤꿈치만 들지 않았지 기린처럼 목을 쭉 빼고 있었는데도 7번이라니..
우리 엄마는 엄마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cm만 더 크라고 한다. 그러면서 주문을 외는 것처럼 외친다. “170! S라인!”
내가 알파벳을 알기 시작할 때부터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70은 그렇다치고 S라인은 당최 뭔 뜻인지 이해가 안간다. 사람이 어떻게 S가 될 수 있을까?
아직도 S라인이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광고에 나오는 이효리한테 S라인이라고 하는 걸 보면 저렇게 날씬한게 S라인인가 생각할 뿐이다.
1반 정진실 선생님이 “1학년” 하면 친구들이 “1반”하는 것처럼 엄마가 “170”하면 나는 “S라인”이라고 외친다. 외친다고 키가 크는 것 아닌가 부다. 170하려면 엄마말처럼 일찍 자야할 것 같긴 하다.
일찍 자야하는데 난 자는게 제일 싫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내가 잠드는 것도 모르고 잘 때도 있지만, 자는 것보다 깨어 있는 게 더 좋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어떤 회장님이 그랬다는데 나는 그 말에 찬성한다. 안잔다고 공부를 하지는 않는다. 난 아직 1학년인데 뭔 공부를 하겠나.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잠자기는 싫다. 컴퓨터도 좋고, 엄마 옆에서 드라마를 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나한테 엄마가 있는 한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밤 10시만 되면 엄마는 자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그렇게 짧게 살고 싶으면 네 마음대로 해'하며 협박까지 한다.
'엄마도 작으면서...'
그러면서도 엄마의 눈은 텔레비에서 떠나질 않는다.
나도 좀 옆에서 같이 봤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절대 못 보게 하고 나는 자라고 한다. 엄마는 좋겠다. 공부도 안해도 되고, 테레비도 마음대로 보고, 영어학원에 안다녀도 되고..어린이는 힘들다. 물론, 좋은 날도 있다. 어린이날!
“그 키로 살고 싶음 자지 말던가..니 키야. 니 맘대로 해”
도대체 우리 엄마는 좋은 말 놔두고 왜 저렇게 말 할까. 난 나중에 아기 낳으면 친절한 엄마가 될꺼다. 소리도 지르지 않고, 때리지도 않는 엄마 말이다.
엄마는 키 크는 호르몬이 10시부터 나온다고 일찍 자라고 시간 날때마다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졸리지도 않고 자고 싶지도 않은데 어쩌란 말이냐
자려고만 하면 자꾸만, 자꾸만 말할 것이 생각난다. 피아노 학원에서 선우언니가 나만 빼고 과자 먹던 일도 말하고 싶고, 자려고만 하면 괜히 목도 마르고, 자려고만 하면 괜히 쉬도 마렵다. 좀 전에 쌌는데..또 마렵다.
도대체 키 크는 호르몬은 왜 10시에 나올까. 한 12시쯤 나오면 엄마가 저렇게 고래고래 소리 안지르고 나는 드라마봐도 될텐데...얼렁 얼렁 커서 늦게 자도 됐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