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짝눈 방치한 엄마 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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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희망을 으깨고 겁을 주는 의사와 희망을 주는 의사 어떤 의사가 환자한테, 보호자한테 바람직한 의사일까?

딸아이가 학교에서 사고로 눈을 다쳐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아 외래로 2주 넘게 다녔다. 오늘 모든 치료가 끝났을 것이라, 이제 '만세'만 부르면 그 동안의 시름은 다 떨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가뿐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종합병원 예약은 말이 예약이지, 예약 환자가 많으면 예약진료비를 미리 냈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마냥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종합병원을 찾을 땐 당연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오히려 예약시간에 맞춰 진료를 보면 무슨 횡재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특진으로 진료예약을 하지 않는 한 매번 갈 때마다 진료를 담당하는 주치의 선생님이 바뀐다.
와우~안과에 많은 레지던트들이 근무하는 걸 알리기라도 하듯 2주 동안 거의 다른 선생님이 딸아이 눈을 진료했다. 그러니 갈때마다 새로운 선생님이 딸아이의 진료기록을 살펴보고 나서야 아이의 눈이 나아졌는지 어쨌는지에 대해 처방을 하게 됐다.

검사받고 딸아이 이름이 호명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레지던트앞에서 내가 마주한 시간은 기껏 2분도 되지 않는다.
많은 환자를 마주하기 때문인지 그닥 말씀도 길지 않다. 묻는 말에 겨우 답변하는 정도다.
그러니 내가 더 묻고 싶어도 그 얼굴을 보면, 밖에 기다리는 환자를 보면 입을 다물게 된다.

2주 넘는 진료와 치료(솔직히 치료라는 것이 안약 4가지를 시간 맞춰 넣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끝에 딸아이의 눈동자의 피는 흡수가 되었단다.
근데, 복병은 딴데 있었다는….딸아이는 오른쪽 시력은 1.0인데, 왼쪽 시력은 0.5이다.
짝눈이거니 생각했는데 오늘 딸아이를 진료한 전문의는 엄마의 무지함에 기도 안차다는 듯이 말씀을 한다.

"그러니깐 엄마가 짝눈인건 안단말이죠? 문제는 짝눈이어도 안경으로 시력조정이 되면 상관없는데 시력 조정이 안되면 문제에요. 그러면 한쪽눈은 계속 안쓰기 때문에 한쪽 눈으로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일단, 검사를 해보시죠"

근데, 약시가 뭔데? 원시, 근시, 난시, 사시 빼고 약시도 있었나?? 새됐다...
이런, 엄마가 무지해 내 아이 눈이 잘못되면 어쩌나 싶어 무거운 마음으로 간단한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를 받아든 전문의는 "약시네요. 한쪽눈의 시력에 의지해 이쪽 눈을 거의 쓰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실명한 거랑 별반 차이가 없어요. 약시는 치료시기도 있구요. 좀 더 정확하게 검사를 해봐야겠습니다. 동공을 확장시켜 다시 검사를 해보시죠. 시간 많이 걸려요"

동공 확장을 하기 위해 안약을 5~10분 단위로 3번 넣고 거의 1시간이 되어서 다시 검사를 했다.

그렇게 1시간이 넘는 기다림과 간단하지만 짜증스러운 검사 다음 딸아이에게 내려진 처방은 협박성 멘트를 날렸던 그 전공의가 아닌, 영화 배우같은 멋진 여성 전문의가 처방을 해줬다.

"약간 약시네요. 한달동안 가리게 처방을 할께요. 하루에 6시간씩 책읽을 때, 컴퓨터 할 때 ..눈을 많이 쓸 때 해주세요. 보통 10살까지는 이렇게 치료가 되는데 한달 동안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한달 후에 뵐께요"

'아' 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약시'라는 진단은 같은데 아까 그 선생님의 부정적인 말씀보다 얼마나 희망적인가.. 엄마인 내 마음이 급가벼워졌다.
내 무지로 아이를 그냥 방치했다 한쪽 눈의 기능이 점점 약해졌더라면 어쩔 뻔 했을까..생각도 하기 싫다.

아이가 다치지 않았다면 그냥 이대로 아이 눈의 기능을 저하시킬 뻔 했으니 다친 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호자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까지는 바쁜 의사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오버해서 진단하고 희망적으로 말씀하지 않는 의사는 불편하다.


모르기에 불안한 마음이 큰 보호자를 위해 조금의 친절한 설명과 나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런 의사선생님이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