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의 황금연휴동안 성형을 한다, 해외로 길게 여행을 다녀온다는 등 신문마다 뉴스마다 떠든다.
언제나 내게는 별나라 이야기같기에 그렇게 부럽지도 않고, 나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접은지 오래다.
내 친정은 작은집이기에 직접 제사를 지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척이 많아서 많이 모이는 편도 아니다. 아주 간단하게 큰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세배드리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오전 11시가 겨우 될까 말까다.
그 이후 시간은 설을 맞아 개봉한 영화를 보러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것이 고작이었던 나의 명절은 그나마 풍족한 용돈으로 인해 나름 풍족한 노는 날이었다.
조상을 생각하며, 햇곡식에 감사하는 추석이나, 설을 맞아 한살 더 먹고, 덕담을 듣는 그런 풍속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저 때되면 세배하고, 먹는 그냥 편하게 쉬며 놀 수 있는 그런 날 말이다.
그러던 것이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는 세배하러 큰집에 가는 것도 멋적어 그나마도 접었었다. 나이 많은 처자한테 안해도 될 말을 보태는 어른들 덕분에 그렇게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기에 손에 물한방울 묻히지 않으면서 큰집에 가기 싫었었다.
그런 내가 결혼을 했고 아주 당황스럽게도 결혼하고보니 장손집이었다. '막낸데~~'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몇 년 보냈을 때 큰형님이 갑자가 돌아가시고 졸지에 나는 외며느리가 되었다. 뭐, 어머니께서 주관하시고 나는 옆에서 거들기만 하는 며느리이니 그렇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막내며느리와 외며느리는 어감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렇게 한두해 보내니 이것도 적응이 되어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설이나 추석때 절대로 외며느리인 내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다음에야 힘든 일이 됐다.
내 지인중의 한사람은 시댁에 가는 날이 1년에 많아 봐야 12번 아니겠냐구. 365일중에서 겨우 12일이니 12일 '나 없다'고 생각하란다. 그렇게 12일은 시댁에 봉사하듯 마음을 비우면 편하지 않겠냐는 거다.
물론, 말은 그렇다. 매번 가기전에는 그렇게 마음을 비우는데 이상하게 설을 지내고 돌아올 때는 마음이 꽉 차니 어쩔 수 없다.
그도 그럴것이 기름에 젖도록 쪄들게 전만 부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어른들의 덕담아닌 덕담에 마음이 상할 때도 많고 그 상한 마음이 설이 지난 후에도 몇날 며칠 곱씹기도 한다.
기름에 쪄들고, 무릎에 쥐가 나고, 아무리 좋은 핸드크림도 소용없는 설이다. 마인트 컨트롤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설은 지나갈 것이다.
이런, 아내를 보는 남편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나만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된다.
난 솔직히 올해 설은 편하게 지나가나 싶었다.
초상치른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시어머니의 말씀을 곧이 곧대로 듣고 '야호'를 외쳤다. 하지만,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것은 단지, 절만 올리지 않을 뿐이지 음식은 한다는…
내가 꿈이 컸다~~^^;;
TV에 나오는 것처럼 아름드리하게 한복 빼입고 세배나 곱게 할 수 있는 그런 품위(?)있는 명절은 내 생에 없으려나….?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인드 컨트롤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나 없다'는 마음으로 봉사정신으로 열심히 설을 보내면 어떨까.
그래도 되지 않을 소망을 품어본다.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는 그런 설이 되게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