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가 아니라 목욕탕이라고 하면 왠지 더 정겹고 사우나에 가서는 때를 밀면 안될 것 같은데 목욕탕엔 때 벅벅 밀고 와도 될 것 같다. 그래서 목욕탕이 더 편하다.
내가 다니는 목욕탕은 시장통에 있다. 그나마 새로 리모델링을 해서 근처 목욕탕 중에서 최고의 시설이다. 다른 목욕탕 함 뚫어 본다고 갔다가 완전히 놀랬다. 내가 국민학교때 다녔던 목욕탕 시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 있다니 거기다 요금은 다른 목욕탕이랑 똑같다.
비디오방도 시설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고, 커피전문점도 시설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는데 어떻게 목욕탕은 시설은 꼬리적인데도 요금은 다른 목욕탕과 같다. 4000원.
목욕탕 가면 꼭 있다!
- 분명이 초등학생 남자아이인데 여탕에 데려온다
분명 커서도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된 큰 남자아이를 여탕으로 데리고 들어 온다. 정말 싫다. 아무리 내가 결혼하고 저만한 아이의 딸이 있지만 그래도 남녀가 유별한테 목욕탕 사장님도 큰 아들 데려오는 엄마도 생각 좀 해줬음 싶다.
- 유치원생 맞거든요
요새 아이들은 많이 크다. 평균 키가 나 자랄 때보다 확실히 많이 크고 덩치들도 좋다. 그러니 유치원생이라고 해도 초등학생 같으니 목욕탕 사장님 꼭 물어 본다. 엄마한테 말고 아이한테 "너 몇학년이니?"라고..사장님 이상하게 유도질문 하신다.
- 온탕을 열탕으로 만드는 아주머니, 할머니
분명 온탕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뜨거운 물을 계속 틀어 놓는다. 들어가 앉아 있을 때 그러면 그래도 살이 익기 전까지는 참다가 나올 수 있는데 밖에서 탕으로 들어오는 경우라면 언감생심 절대 들어가지 못한다.
아주머니, 할머니 피부는 뜨거운 거 못느끼나 싶다.
- 탕에 씻지 않고 들어 온다
대체적으로 젊은 아가씨나, 젊은 아주머니 같은 경우는 비누로 깨끗이 씻고 들어온다. 좀 생각이 있으면 탕에 들어오기 전에 탕안의 물을 발에 끼얹어 씻고 들어오기 까지한다. 하지만, 씻지 않고 그대로 바로 탕으로 들어오는 아주머니, 할머니 꼭 있다. 분명 탕앞에 '샤워하고 들어오세요'라는 팻말이 있지만 완전 무시다.
- 탕물을 양치물로 쓴다
아무리 샤워를 하고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여러 사람이 담근 물인데, 멸치도 아니고, 다시마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우도 아닌데 그 물을 퍼서 우글우글한다. 보는 내속이 느글느글하다.
- 목욕탕 바닥에 그냥 앉는다
목욕탕에는 보통 세수대야, 물퍼쓰는 작은 대야, 그리고 의자가 목욕탕 한 쪽에 비치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드신 아주머니나 할머니중에는 꼭 바닥에 철퍼덕 앉아 목욕하시는 분이 있다.
"저기, 의자 있는데…"
- 아이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도 절대 때밀기를 멈추지 않는다
"엄마, 아파~~"하는 절규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절대 끄덕하지 않고 밀고 또 민다. "이렇게 때가 밀리는데 그럼 때 붙이고 집에 갈래?" 주변 사람 아랑곳 하지 않고, 아토피 피부가 걱정이 되지도 않는지, 피부과 의사들의 절대 때밀지 말라는 인터뷰도 보지 못했는지 아이를 엎어놓고, 세워놓고 밀고 또 민다.
- 등 같이 미실래요?
많이 개인주의가 되어서 그런지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연세가 좀 있으셔서 등까지 손이 골고루 닿지 않으시는 분들인데 내 때도 밀기 싫어 건덩건덩 미는 판에 다른 사람 등까지, 내 등을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서까지 깨끗하고 싶지는 않아 애써 눈길을 피한다.
- 언제 어느때 가도 만나는 아주머니 꼭 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요일도 시간도 매번 다르게 목욕탕을 가는데 언제나 만나는 아주머니가 있다. 그것도 한증막, 그 뜨거운 곳에서 말이다. 사지는 빼짝 말랐는데 배만 멜롱한 마른 ET같은 몸을 가진 그 아주머니는 목욕탕 죽순이?
- 모든 마사지 제품을 다 바르고 간다
집에서 천연팩에, 보온병에, 오일도 500ml가 넘는 큰통을 가져와 얼굴에 시커멓게 바르고, 오일을 열심히 바르고 마사지하는 아주머니들 꼭 있다. 신기한 것이 아가씨로 보이는 이들은 그렇게 바르지 않는데 꼭 할머니급 연세가 되신 분들이 그렇게 몸에, 얼굴에 바른다. 젊은이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곱지만 나이들면 세월의 흔적을 어쩔 수 없을테니 어쩌면 자신을 위한 소박한 투자라고 하겠다.
- 속옷 빨아 말려 입고 간다
한증막은 물론 아주 뜨겁다. 계란이 익을 정도의 온도니 당연한거겠지만 그곳에는 계란말고 팬티도 널려있다. 가끔은 목욕탕 할머니 사장님이 오셔서 팬티를 걷어 목욕탕을 휘젓고 다니시면서 "누가 팬티를 한증막에 널었어요?" 한다. 그러면 팬티 주인들은 용쾌 자신의 팬티를 알아보고 가져간다. 민망한 얼굴로…^^;;
너도 벗고 나도 벗고 그래서 허물이 없는 그곳 목욕탕도 우리네 사는 것과 그닥 틀리지 않다.
집에서 편리하게 샤워할 수 있고, 찜질방 같은 시설 좋은 곳도 많아 굳이 동네 목욕탕을 찾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하는 것이 제일로 편하고 목욕 끝나고 사먹는 바나나 우유맛은 그 어떤 우유맛에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08년 되자 마자 목욕 요금이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다. 딸래미와 목욕나들이가 좀 부담스러워지긴 했지만, 딸아이와 바나나 우유 마시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