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티비화면을 메우던 사람들은 지금 뭘 하고 살까 궁금할 때가 있다.
'사랑과 야망'에서 미자역을 거의 작살로 연기했던 차화연이란 배우가 뭘 하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여전히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살까.
'그녀를 만나기 100m전'이란 노래를 맛깔나게 불렀던 이상우의 모습은 얼마전 인간극장을 통해서 봤다. 가수가 노래 부르지 않으면 굶어 죽는 줄 알았는데 그는 멋진 아빠로 열심히 잘 먹고 잘 살더라.
오늘 딸아이가 방학을 했다. 딸아이 방학동안 학습지를 쉬고 체력 단련겸 수영을 배우기로 했다. 방학 한달동안 배우는 것이니 매일 물에서 놀며 배우면 빨리 배우지 않을까 싶어 월~금까지 하기로 결정하고 동네 수영장을 찾았다.
수영장은 지하2층에 있었는데 내려가는 내내 최윤희 사진이 붙어 있다.
최윤희 수영레슨이라는 광고가 보이는가 싶더니 최윤희 선수시절의 사진까지 최윤희 선수의 이력까지 보태어 벽보처럼 붙어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도 끝난 이 시점에서 이건 뭔가 싶었는데, 내가 봤던 그 유명한 최윤희 선수가 동네 수영장에서 레슨을 한다고?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은 100m, 200m 에서 목에 걸었던, 나이 많은 가수 유현상(검색해보니 작사가라고 직업이 뜬다. 가수가 아니었나??)과 결혼해 또 한번 이슈를 불러 일으켰던 이쁘고 수영 잘했던 그 최윤희가 우리 동네서 레슨을 한단다.
의심 많은 나는 한달에 한두번 레슨하러 오는 걸 과대 광고하나 싶었는데 수영 접수하는 곳에 그녀가 있는 것이다. 한눈에 알아봤다. 세월을 빗겨가지 못한 듯 했지만 벌어진 어깨에 단단해 보이는 체격의 그녀는 여전히 이뻤다.
내 특징이 연예인을 봐도 아는 척 안하고 지나가다 연예인 지나가면 '봤어? 이쁘더라' 하는 타입이기에 딸아이랑 아무렇지도 않게 접수를 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아무래도 싸인이라도 한장 받아 둘 걸 그랬나 싶은 것이다.
딸아이와 피자를 먹는 시간 내내 고민을 하다가 다시 수영장으로 갔다. 그곳에 그녀는 아직 있었고 수영하러온 사람들이 사용할 수건을 게고 있었다. 최윤희 선수한테 바로 말도 못 걸고 주차는 어떻게 하냐 요금은 어떻게 되냐며 다 아는 걸 직원 아주머니한테 물어 보는데 옆에서 수건 게던 최윤희 선수가 친절하게 일러 주는 것이다. 용기를 내어 어렵게 물어봤다.
"최윤희 선수시죠?"
"네~"
"저, 싸인 좀 해주세요"
태어나서 누구한테 싸인 해 달라기는 처음이다. 요즘은 내가 마트에서, 백화점에서는 주로 싸인을 해줬지 받아 본 적은 없기에…^^;;
"지금요? 나중에요~~"
"나중에 오면 안 계실까봐"
"저 맨날 있어요"
옆에 직원 아주머니가 거드신다.
"여기 사장님이세요. 매일 계세요"
"아, 네~~다음주에 뵙겠습니다"
하며 십대 때도 안해 봤던 나의 행동에 스스로 머쓱해 하며 수영장을 나섰다.
며칠 뒤 딸아이는 수영을 시작했고 나는 매일 그녀를 만난다.
이제는 최윤희 선수라는 스타로 보이지 않고 수영장 사장님으로 보인다.
그녀의 푸근하고 정다운 미소에 나도 수영을 다녀볼까 생각이 들 정도다.
금메달리스트 최윤희는 동네 수영장 사장님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