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밑지는 일, 손해나는 일이라는 생각을 수 없이 했다.
아이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고, 아이 때문에 내 생활, 내 시간을 포기하면서 그렇게 아이한테 묶여 살기를 이제 8년째다.
8월 아이의 생일이 지났으니 7년이란 시간을 꼬박 아이옆에서 아이의 시간에 맞추어 살았다.
그렇다고 내가 맹자 엄마도 아니고, 내가 신사임당도 아니니 그렇게 아이를 위한 대단한 조기교육이라든가, 아이를 위한 대단한 열성적인 교육을 시켰느냐,,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엄마인 나는 아이를 돌보며 아주 단순하게 아이가 학교에 다녀왔을 때 집에 있는 엄마,아이한테 따뜻한 간식을 챙겨줄 수 있는 엄마, 아이의 손을 잡고 학원을 데려다 주면서 수다 떨 수 있는 그런 엄마이며, 학교 생활하는데 지장 없도록 준비물이며, 숙제를 완벽하게 챙겨주려 동동 거리는 엄마다.
착각은 자유라고 하던가?
초등학교1학년 1학기를 7도 지진속에서 보내도 여진으로 방학을 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2학기를 시작했다. 학교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아이는 선생님을 그반의 절대 권력자로 제대로 인식하며 인정했고, 친구들과도 배려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제는 양보도, 맘에 없는 칭찬도 해가며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근데, 이 아이가 2학기부터 시작한 어학원 화,목 수업을 시작한 이후로 아주 많이 학업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기 싫어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하기 싫어도 해야한다, 선생님되고 싶다며? 선생님 되려면 공부 많이 해야한다. 공부 안하면 식당에서 설거지나 청소밖에 할 것이 없다며 협박과 회유를 반복하며 9월을 보내고 있다.
기분 좋은, 하기 좋은 날은 학교 숙제며, 그날 학습지 분량까지 깔끔하게 후딱 해치우고 피아노학원까지 산뜻하게 다녀오는데..어제처럼 공부하기 싫은 날은 10분이면 끝낼 학습지를 30분,40분씩 끌며 미적미적 되면서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성격 급한 엄마인 내가 아무리 다그치고, 협박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폭력적인 엄마로 돌변 아이를 무섭게 몰아세우며 때리기(?)까지 한다.
그 상태로 학교 숙제를 끝내고 이번에 학습지를 울며 겨자먹기로 낑낑대며 하고, 그리고 피아노학원도 가지 않겠다는 듯 이 핑계,저 핑계를 대며 내 눈치를 살핀다.
사감선생역의 엄마는 눈을 부라리며 "일주일에 어학원가느라 두번이나 힘들다고 안가면서, 낼도 안갈꺼면서 오늘도 안간다고?" 호통이고 키다리아저씨역의 아빠는 "그렇게 힘들면 오늘은 쉬라"고 한다.
아이는 간이 배밖으로 나왔는지 "엄마 성질 더럽단말야. 안가면 혼날껄?"하며 아빠한테 귀속말을 하지만 내 소모즈귀(?)는 놓치지 않는다. "뭐라고? 빨리 안가??" 이렇게 실랑이끝에 아이를 보내면 속이 편하지 못하다. 깝깝하다. 1학년이 무슨 어학원이고, 무슨 학습지를 한다고..에구,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어 머리가 아프다. 근데, 어쩌랴..반 아이들이 열심히 영어로 떠들 동안 아이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다니 그냥 방목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다.
근데, 그날 밤 아이가 잠들고 키다리역의 아빠가 사감선생 엄마한테 아이가 한 말을 전한다.
"엄마는 내가 학교 가면 뭐하고 놀아? 나는 이렇게 바쁘고 힘든데 엄마는 맨날 놀면서…"했단다. 그말을 전해 듣는 순간 뭔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내가 누구 때문에 동남아 아줌마(동네 남아도는 아줌마)가 되어 아이 스케줄에 맞추어 동동 거리게 됐는데! 기껏 키워놨더니 뭐라고? 그런말을 했다고? 너무나 분하고 억울해 밤새 울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내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아무리 자식 키우는게 밑지는 일이라지만 이럴 수가..콰광~~~이었다.
내가 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뱉은 말에 우리 엄마,아빠는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우리 엄마의 지겨운 레파토리였는데..내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자식을 낳봐야 부모님 마음을 안다더니...그런거구나.
다른 사람들의 사춘기 아이들 얘기를 들을 땐 강건너 불구경하듯 들을 수 있었는데 막상 내가 당하니 그렇게 이성적으로 생각이 닿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면 아이가 고마워하지 않을까.엄마는 없으면 안되는 절대적인 존재로 인식하길 바랬던걸까?
내가 느낀 배신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지금 고1인 범생이 조카가 초등학교 4학년때 언니한테 "엄마가 이러면 나는 창문으로 뛰어 내리고 싶다(8층에 살고 있었다)"고, 그 말을 전해들으면서 "요새 애들 무섭다니깐? 그러니깐 아이맘을 헤아려서 잘해줘~~"했었다. 이해의 바다에 살고 있는 이모처럼말이다. 그게 이모는 가능했는데 엄마는 불가능하다는 걸 어제 딸아이의 말로 절감, 통감했다.
앞으로 딸아이가 내가 보여줄 반항의 하이라이트는 시작도 안했겠구나 싶으니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마음에 갑옷을 두르고 딸아이가 뭐라고 대못을 박더라도 웃으며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쿨~~한 엄마가 되기 위한 연습은 어떻게 하면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