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스로 나는 주관 있는 엄마이며 다른 엄마들이 말하는 것에 크게 휘둘리지 않으면 아이를 교육해왔다고 자부했다.
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어 공개수업이 있었다.
수업 40분 내내 영어로만 수업이 진행되는 걸 보고 긴장이 되면서 우리아이가 저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 싶어 알파벳하나 가르치지 않았던 내 교육방침에 비상이 걸렸다.
부랴부랴 알파벳 대문자, 소문자를 가르켜 겨우 알파벳만 뗐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에도 아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거워 하니깐 역시 아이들이다 싶어 안도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여름방학이 되기 전 영어 공개수업이 다시 있었는데 그 수업에서 우리아이만 제대로 못 따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알파벳을 겨우 뗀 아이한테 그림 하나 없는 단어만 가득한 A4 용지에서 냉장고에 넣고자 하는 걸 찾아 동그라미치는 쪽지시험을 보는 것이었다. 허걱~ 그림도 없는데 apple이란 글자만 보고 우리 아이가 사과라고 알 수 있을까 싶었다. 아주 당연하게도 아이는 당황스러워하면 teacher를 찾고 있었다.
영어 유치원을 다닌 아이들은 확실히 영어 시간에 자신감이 넘쳤다. 발음도 발음이지만 기본적인 대화가 자연스럽게 되더라는 것-
이러면 안 되는데...부담스러운 마음으로 공개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딸아이는 그 이후로 '00는 OO랜드를 다녀서 영어를 잘한다'는 말을 몇 번씩 얘기하며 '나만 영어를 못해'하는 소심함까지 덧붙여 보여주는 것이다.
학습지 영어를 끊지 않고 열심히 테이프 틀어주며,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하루 할당량을 채우며 영어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고 생각했고 나의 영어교육방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한반도가 들끓었을 때도 오버라고 생각했고 내가 해주는 최대한의 조기교육은 책 읽어주기였다. 아이가 한글을 뗀 후에도 하루에 3권씩 읽어주는 나의 숙제는 꼬박꼬박했다.
그렇게 나는 아이한테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꺼라 생각했고 믿었다.
그 믿음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영어라는 그만큼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야 하고, 아무리 테이프를, 교재를 열심히 봐준다고 해도 집중적으로 선생님과 함께 보는 거랑은 차이가 있을텐데. 재능이나 눈높이 영어 35000원의 회비에 비해서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러느니 어학원을 알아봐?
E-OO, OO랜드, OO어학원, S-OO까지.
하지만 OO랜드에 문의하고 바로 절망하고 말았다. 1학년 기초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다 중급반? 내가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가 없구나 싶어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청담어학원은 초등3학년부터, proud7도 고학년부터...그렇다고 3학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보내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레벨테스트를 거쳐 반을 정하는데 그때 기초반이 없다면 학원도 맘대로 못 다니는구나 싶어 황당했다.
그 다음 알아본 곳이 E-OO였다. 다행이 기초반이 있었고 그 기초반에 우리아이는 레벨테스트를 거쳐(기초반인데 레벨테스트는 왜 하나 싶었다~^^;;) 수강을 시작했다.
학원만 등록하면 열심히 다니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엄마인 나도, 딸아이도-
하지만 학교수업보다 더 빡빡한 일정에 아이가 지레 겁먹고 '힘들다'를 타령처럼 늘어 놓는 것이다.
학원-여지 껏 피아노 학원만 다녔었다. 주관 있다고 나름 생각하는 나는 아이에게 여러 학원을 전전하며 시간낭비 시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래왔다.
피아노학원도 아이가 다니고 싶다고 반년을 넘게 졸라서 7살 겨울부터 시작했다.
영어는? 아이가 자기만 못한다고 좌절한 모습에 영어 잘하고 싶으냐, 너도 어학원 다닐래? 아이의 동의 하에 같이 알아보고 보낸 건데...이러면 곤란하다.
한번도 아니고 (5번 갔다) 매번 다녀올 때마다. 아니 E-OO를 가는 날은 아침에 일어나 학교 등교하면서도 '오늘은 힘든 날~~'이라며 타령이다.
협박도 하고, 달래도 보지만 힘들다는 타령은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이제 5번 갔는데..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다.
내 특징이 학습지면 학습지, 학원이면 학원 기본이 1년이다. 중간에 끊으려면 시작하지 않은 거보다 못하다는 생각으로 절대 중간에 그만 두는 일은 없다. 그런데 이번은 간단치가 않다.
지금 그만 두면 앞으로 어떤 영어학원도 못 다닐 듯 싶고, 얼마나 하기 싫고 힘들면 저럴까 싶기도 하고, 영어를 질려 하고 지레 포기 하기전에 그만두는 것이 나을 듯 싶기도 하고…
진퇴양난이다.
돈들이지 않고 영어를 잘 할 수는 없을까? 영어가 싫어요!!


